나의 학부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나 멀티미디어 공학이 아니라 기계공학이다. 기계공학과 학생들도 프로그래밍을 해야할 때가 있다. 새내기 때에는 교양과목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고학년이 되면 수치계산이나 전공과목에서의 과제를 위해 프로그래밍을 해야 할 일이 있다. 하지만 내가 SW 개발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 입학 전 직업교육학교 때이니, 그 때 부터를 내 SW경력이라고 하면 10년 반 정도 개발자로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삶의 목표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은 행복해 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개발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행복한 개발자가 어떤 것인지 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더 늦기 전에 정의부터 해 보기로 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각주:1]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행복01(行福)〔행복만[-봉-]〕

「명사」『불교』

삼복(三福)의 하나. 대승(大乘)의 행법을 지키며, 도심(道心)을 일으키어 인과의 도리를 믿으며, 대승 경전을 읽어서 이해하고, 다시 남에게도 권함으로써 얻는 복을 이른다. ≒행선03(行善)「2」.


행복02(幸福)[행ː-]〔행복만[행ː봉-]〕

「명사」

「1」복된 좋은 운수. ≒행우02(幸祐)「1」.

「2」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행우02「2」ㆍ휴복(休福).


  여기서 말하고 말하고자 하는 행복은 거창한 불교 용어로서의 행복(行福)이 아니라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의 행복(幸福)을 뜻한다. 즉, 개발자의 행복은 개발업무를 하면서 충분히 만족을 느끼는 상태를 말하고, 개발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하면서 그 행위에 만족을 느낀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나마 행복을 느끼는, 주어진 문제를 풀고, 사용자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1차적인 행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답은 나왔다. 적어도 우리나라 개발 문화에서의 개발자로서의 행복은 막연한 환상이며 꿈일 뿐이다. 내가 10년간 보고 겪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에게 위 행복의 정의를 들이대었을 때자기 일에서 행복감을 느꼈다는 사람을 떠오르기는 힘들다얼마 전 SBS의 "리더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이원영 대표가 있는 제니퍼 소프트 같은 회사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이 몇이나 과연 몇이나 된단 말인가. 그렇게 행복이 쉬운 것이었다면 서점에 즐비하게 널려있는 자기계발서만 열심히 읽고 실천했어도 행복해 질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까지 포기하지는 말자. 왜 개발업무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지를 살펴보고, 그 원인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하면 행복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내가 그동안 개발업무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들이다. 이 것들의 원인을 하나씩 찾아서 없애보자. 원인을 없앨 수 없다면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음(陰)의 기운으로 일을 하지 말고, 일을 하면 즐거워 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보자.


. 개발부서는 항상 사내에서 "을"의 위치에 있다. 

  기획부서에서 환상적(?)으로 짜 온 아이디어를 구현하지 못해 비난을 당한다.

  테스트 부서로부터 품질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고 욕먹는다.

  마케팅 부서로부터 제품 출시일을 맞추지 못해 릴리즈가 연기되어서 왕창 깨진다.

. 프로젝트 막판에 바뀌는 요구사항

  일관성 없는 요구사항 변경 (본부장님의 지시다. 사업자 스펙이 바꼈다...)

. 거지 같은 코드 베이스

  정말 가끔씩 나 혼자 작업했으면 하는 생각이 불쑥 솓아 오른다. 줄도 안맞는 코드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눈에 초점이 흐려진다.

. 사람 

  결국은 사람이 스트레스다. 

  인간 관계를 잘 맺는 것이 단지 커피 마시고 농담하는 사이가 되는 게 다인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싸놓은 X를 치워주는 것도 한 두번이지, 매번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과 인간관계를 계속 좋게 가져가야 하나.

  고압적인 상사

. 동시 다발적으로 주어지는 업무. (데드라인도 없이 지급으로)

. 사라진 개인생활

일정우일정 (日停又日停)

  개발자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일에 치여 살다보면 어느새 정체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원했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개발 문화는 선진국의 것을 가져다 쓴다. 하지만 주변 사람, 특히 파트장이 새로운 것을 배울 생각이 없으면 이것만큼 난감한 것이 없다.

. FUN이 대세다.

  즐거운 직장문화 만들기가 화두가 된 지는 꽤 되었다. 하지만 업무시간에 모여서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주고 받는 게 FUN한 직장 문화는 아니다.


위 주제들에 대해 시간이 날 때 마다 하나씩 고민해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물론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추가도 한다. 위 네모 박스가 얼마나 길어질 지는 나도 모른다. 지금 머리에 저정도만 떠올랐을 뿐.

  1. http://stdweb2.korean.go.kr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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