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Life

커뮤니케이션1 - 용어와 발음

dextto™ 2013. 1. 30. 20:24

"온 땅의 구음(口音)이 하나이요 언어(言語)가 하나이었더라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하고 ....... 서로 말하되 자, 성과 대를 쌓아 대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 여호와 께서 가라사대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 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으리로다 .....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 고로 그들이 성 쌓기를 그쳤더라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 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케 하셨음이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 창세기 11 : 1 ~ 9

 

  성경을 보면 신의 노여움으로 인해 인간이 다른 언어를 쓰게 된다는 일화가 나온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이 때 부터 더욱 어렵고 복잡해지고 힘들어 졌으리라.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말하는 사람이 사물에 대해 이해하는 바와 듣는 사람의 그것이 다른데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오죽하겠는가.

 

  소프트웨어 개발업무 역시 커뮤니케이션이 업무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일을 풀어나가는 데에 열쇠가 된다.1 개발자는 고객(또는 고객을 대표하는 부서), 테스터, 다른 개발자들과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메일을 주고 받고, 회의를 하거나 기술문서를 작성한다. 게시판에 공지사항을 올리기도 하고, 사내 블로그를 통해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토론을 하기도 한다. 이슈 트래커 역시 테스트 부서와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만 사용하는 공통의 언어, 일명 노가다 용어를 암묵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특정 회사 내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용어 자체가 아니라 그 용어가 지니고 있는 뜻을 서로 100%이해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고도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서 설명한다면 대화는 이어질 수 없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같은 개발자끼리에서의 대화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대화가 겉돌거나 반복되는 경우는 대부분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은 설명 때문이다. 자기가 아는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화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자기와 같다는 생각으로 설명을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학 연구실에 있을 때 박사과정에 있던 선배는 세미나 시간 때마다 "여자친구에게 설명하듯이 발표해라"고 주문했다. 화자는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야 한다. 물론 듣는 사람의 자세도 중요한다. 화자가 이야기 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바로 다시 설명해 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대화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서로의 이해도가 달라져 서로 딴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에 한글로 코딩이 가능한 컴파일러2가 릴리즈 된 적이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의 호기심을 끌기만 했을 뿐 바로 시장에서 사장되고 말았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대부분은 영어 문화권에서 발전되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코드는 대부분 영어로 작성되고 사용되는 용어도 대부분 영어다. 즉 한글로 작성한 코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코드나 어떤 용어를 읽을 때에도 최대한 영어 발음과 비슷하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우리나라 개발자끼리의 대화에서 발음을 굴리는 게 쑥스럽다면 적어도 전국민에게 통용되는 콩글리쉬 발음으로 읽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쯤 어떤 큰 공개 세미나에 갔었는데 한 발표자가 코드를 설명하면서 false [fɔːls]를 "뺄스"로 읽었다. 미국식이든 영국식이든 'ɔ' 발음기호를 "애"로 읽을 수는 없다. 더군다나 f의 발음이 쌍비읍은 아니질 않나. 차라리 피읖으로 읽었다면 그나마 나았으리라. 어쨌든 그 때부터 내 입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고 내 귀는 계속해서 그 괴상한 발음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발표자가 코드로 설명하고자 했던 내용이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는 적어도 나에게는 그가 전달하고 했던 예시 코드에 대한 설명은 실패했다.

 

  다음은 최근에 내가 겪은 이와 유사한 경우다.

 

단어 발음 기호
(미국식)
잘못된
한국식 발음 
destroy distrɔ́i 디스토리
disable  diséibl 디저블
stub stʌb 스툽 
App. æp 옙 
Height hait 헤이트 
 Width  widθ  위드스
Floating  flóutiŋ  플루팅 
 Flag flæg 플러그

 

 

  물론 사람마다 그 차이는 있겠지만 발음이 어눌하거나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발음이 들리게 되면 뇌는 그 이상한 발음에 집중하게 된다. 문맥 속에서는 분명히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고 어떤 단어를 이야기 했는 지를 이해했지만 머리 속에는 계속 그 단어가 맴돌고 발음에 신경이 쓰인다. 커뮤니케이션에 집중력이 떨이지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면 당장 발음 교정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저는 영어실력이 딸려요", "발음을 굴리기가 민망해요" 이런 것은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  내가 너무 까탈스럽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청자가 화자의 내용에 집중하도록 하는 하나의 팁을 제안할 뿐.

 

  1. 프로그램도 다양한 언어(Language)로 작성된다. [본문으로]
  2. http://myeveryday.tistory.com/entry/최초의-한글-컴파일러-씨앗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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