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개발자'라고 하는 [각주:1]SW엔지니어가 직업으로서 어느 정도 매력이 있는 지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업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고액의 연봉
2. 전문 지식이 필요함 (진입장벽이 높음)
3. 근무시간이 규칙적이거나 자기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함
4. 업무 진행을 주관적으로 할 수 있음
5. 적은 스트레스
6. (무언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주위의 인정

  개발자라는 직업이 위에서 열거한 것들에 몇 가지나 만족할 지 생각해 보면 2번외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2번 역시 닷컴 버블을 거치면서 직업훈련원과 학원에서 대량 양산된 인력들로 인해 장벽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개발자는 과연 좋은 직업일까. 어떤 아기의 돌잔치에서 돌잡이 쟁반 위의 마우스를 그 아버지가 집어 던졌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개발자였던 아버지는 자기 자식도 같은 길로 들어서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개발자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 개발자의 시급이 맥도널드 알바생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한다. 물론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지만 들이는 노력 대비 받는 대가가 적다는 것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또 개발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신기술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제 배웠던 것들은 박스 속으로 던져 버리고 꾸준히 새 책을 사서 읽고 익혀야 한다. 지금 산적해 있는 문제를 풀고 새 제품을 만들기도 바쁜데 주위는 잔소리꾼들뿐이다.

(출처: Google 이미지)

  나는 위에서 이야기 했던 아이의 아버지가 자기 직업을 나쁜 직업이라고 여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개발자라는 직업에는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하고 쉽게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밤을 새가며 재현도 잘 되지 않는 이슈를 해결했을 때, 그저 한 마리 벌레를 잡았을 뿐이지만 왠지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뿌듯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좋은 점은 다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단점으로 이야기 했던 것이 오히려 매력이 된다. 연차와 실력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개발자들의 특성 중 하나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고 도전하고 싶어 한다는 점인데 지식 노동자로서 일신우일신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감을 느낀다. 거꾸로 이야기해서 당신이 만약 발전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느낀다면 분명히 불행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다음으로 좋은 점은 무엇을 '창조'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아이디어가 당신의 아이디어가 아닐 수 있다. 상품기획 부서의 요청에 의해 또는 시나리오를 쓰는 UX개발부서에 의해 만들어 진 기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실제 구현해서 사용자가 실물로써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개발자의 몫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존에 없는 해법을 찾아내는 것도, SW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도 개발자 외 그 누구도 하지 못한다. 음악, 미술, 문학과 같은 예술 분야에만 '창조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혁신은 항상 기존 형식을 파괴했던 창조적 작업에서 만들어 진다. SW 개발이라는 분야가 [각주:2]70년이 채 안 되는 역사를 거쳐 오면서 어느 정도 외형적 틀은 갖추어 졌다. 하지만 창조성이 결여된 SW개발은 기존 방법을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SW 엔지니어는 그저 그런 직업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한다면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낫다. 물론 멋진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돈방석에 앉을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주위 인맥을 쌓고 국가 지원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도 있다. 공무원처럼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자기만족감은 무엇보다 큰 직업군이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개발자의 세계의 문을 연 당신을 환영한다. 함께 한 번 즐겨보자.

이미지 출처: http://sangminpark.wordpress.com/2011/09/27/너드의-코드/


  1. 이 글에서는 개발자라는 용어와 SW엔지니어라는 용어를 동일한 뜻으로 혼용한다. [본문으로]
  2. 1946년 18,000여 개의 진공관과 1,500개의 계전기로 이루어진 ENIAC에서 배선반에 일일이 배선하던 것을 SW개발의 시초로 본다면 아직 채 70년이 되지도 않았다. http://ko.wikipedia.org/wiki/컴퓨터의_역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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