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Life

자율과 창의성

dextto™ 2011. 4. 9. 00:14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덱스또라고 합니다.
원래는 다음에서 블로그를 쓰고 있다가 티스토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먼저 쉽게 가입하지 못하는 티스토리에 제 글을 남길 수 있게 도와주신 miN`s 님께 감사드립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올리는 첫 글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사실 저는 다음 블로그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다지 활발한 활동은 아니고 직업이 컴퓨터로 먹고사는 S/W 개발자이다 보니 자꾸 까먹게 되는 개발 환경 설정이나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었죠.
원래는 이런 글들을 많이 남기려고 했는데 먹고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미루게 되더군요.

어쨌든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제 블로그에 접속이 되질 않았습니다.
다른 다음 블로그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해 봐도 마찬가지였지요.
다음 서버에 문제가 있나 보다 생각하고 집에 가서 해 봤더니 잘 되더군요.

그 때 바로 알아차렸지요..  회사에서 다음 블로그를 차단시켰다는 걸..

우리 회사 화장실에는 표어가 많이 걸려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다음과 같은 게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회사에서 사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자율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문화 "

자율과 창의성이라..

최근 Facebook의 성공에 힘입어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하기도 했고, 그 회사 개발자의 생활과 문화가 매스컴에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일반 회사와는 정말 많이 달랐지요.
사무실이 칸막이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서로 토론을 하기도 하고, 자리를 이동할 때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다니기도 하더군요. 심지어는 노래를 들으며 드럼을 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전자드럼인지 주위사람이 듣기에 시끄러운 진짜 드럼 세트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 뉴스를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페이스북이 우리에게는 그다지 놀라울 만큼 재미있고 신선한 사이트는 아니지요. 우리는 이미 싸이월드에서 많이 놀았거든요.

그 뉴스에서 페이스북이 싸이월드보다 성공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개발자에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해 페이스북 개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100% 동감하지는 않지만 깊이 생각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S/W 개발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재미없는 일이 얼마나 하기 싫은지.
그리고 흥미로운 일이 생기면 밤새는 것도 마다않고 합니다.

사실 저는 탁트인 사무공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Peopleware라는 책의 저자 톰디마르코는 개발자에게 개인방을 제공하라고 했습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이것도 100% 동의하진 않습니다.

같이 모여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토론하고 함께 코딩하고 디버깅할 때 효율이 좋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팀단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같은 과제를 수행하고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개발자에게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뭔가 눈치 안 보고 맘대로 이것 저것 해 볼 환경이 필요합니다.
창의성은 엉뚱한 상상에서 나옵니다.
소비자가 생각하지 못하는 가치를 책상에 앉아 하루 죙일 머리만 쥐어 뜯어봐야 아이폰 같은 뛰어난 제품은 만들지 못합니다.

우리 회사의 어느 높으신 분이 아마도 저와 같은 뉴스를 보셨나 봅니다.
단언컨데 SW개발은 한 번도 해 보신 적이 없으실 겁니다.
얼마나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인지를 느끼시질 못하셨을 겁니다.

요즘 우리 회사 사무실에는 칸막이를 없애고 주위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라고 장려하고 있습니다.

정말 넓은 사무실에 칸막이를 없애 버려 옆자리에서 하는 (사실 싸우고 있는 ㅡㅡ) 회의 소리가 다 들립니다.
어떤 사원은 이어폰을 끼고 귀를 막아버립니다.
아니 놀랍다구요? 뭐 우리회사도 이정도는 합니다. ㅎㅎ
청바지도 자유롭게 입고 업무시간이 아니면 게임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여튼 마주 앉은 사람과 마주보는 것이 무안한지 손수건으로 다시 벽을 만든 자리도 보입니다.

자율을 너무 강조하면 방만이 될까요? 아니 개판이 될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지켜야 할 선은 지키고 삽니다.
그 정도의 교육은 받고 자랍니다.

제발 창의성을 저해할 환경만 안 꾸며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블로드도 맘대로 좀 썼으면 합니다.
내가 실컷 정리해 놓은 자료를 찾아 볼 수가 없다니!!
삽질한 느낌도 들고, 실망감이 밀려옵니다.
블로그에 회사 기밀을 올릴 만한 배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참. 페이스북은 요즘 개발에 필요해서 그런지 안 막아놨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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