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에 앞서 저는 고부간의 갈등이 해소되었으면, 아니 그런 단어조차 없어져 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밝혀둡니다. 여기서 지칭하는 시어머니는 제가 주위에서 듣고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을 겪게 됩니다.
어딜 가나 회사라는 조직에는 맘에 안 드는, 정확히는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 성격 유형 검사에서 말하는 서로 상극인 사람들이지요.

이처럼 상극인 사람들을 한 번 소개할까 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저도 사춘기 부하직원처럼 굴 때도 있었습니다.
또 지금 배우고 있는 일이 관리업무다 보니 내가 시어미니 같이 시시콜콜 물어봐야 할 때가 많아 미안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러지 않으면 제 상사가 또 나에게 질문을 퍼부어 대길래 할 수 없이 시어머니 짓을 합니다. 휴.. 먹고 사는 게 내 맘같지 않습니다.

시어머니 같은 상사

먼저 이런 상사의 특징은 처음 꺼내는 대화를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자기와 같다고 가정하고 시작합니다.
처음엔 두서없이 업무 지시를 내립니다. 갑작스런 업무지시에 당황한 부하직원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면 시어미니 상사는 친절하게도 해당 업무를 A부터 Z까지 설명하고 상대가 제대로 이해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것은 말을 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말하면서 실수는 없는 지 갈무리 하는 것일 뿐입니다.
세부적이고도 시시콜콜한 정보는 잡음으로 들리는 부하직원은 주의력이 떨어지고 정작 들어야 할 핵심 설명을 놓쳐 버립니다.
더군다나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배경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업무지시를 받은 부하직원은 떨어진 업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지만, 지루하고도 짜증섞인 A to Z 설명을 다시 들어야 하기에 다시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일은 그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시어머니 상사는 속으로 한 마디 합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 줬으니 이제 알아서 잘 하겠지?"

두 번째 특징은 의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어야 보고할 거리도 생길 텐데 자꾸 작업 중에 진척상황을 물어봅니다.
SW 개발의 특성상 업무 중 인터럽트는 최악입니다. 인터럽트 걸리고 나서 다시 원래 작업으로 컨텍스트 스위칭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0분이라는 데, 일명 '관리'라는 명목하에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 댑니다.

현재 문제가 뭔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시어머니는 기필코 설명을 들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나마 설명을 들으며 이해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설명을 하다 보면 개발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하기 마련인데, 소위 '윗분'들에게는 5살짜리 조카에게 설명하듯 쉽고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누구나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당사자의 문제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부하직원은 왜 같은 개발자 출신이면서 자신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 의아해 합니다.
관리자가 되면서부터 현업에서 손을 놓아 버려서 감이 떨어진 듯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력으로는 그 놈의 '중요한' 이슈들이 너무도 많기에 금방 잊어버리고, 또 다시 물어보고 담당자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사춘기 부하 직원

보통 회사 입사후 3~4년차가 되면 이런 증상을 많이 보입니다. 경력은 어느 정도 쌓였고 회사 돌아가는 일도 알고 소위 통빡도 굴릴 줄 압니다. 맡은 업무도 자신있게 하며 성과를 냅니다.

하지만 주위에 시어머니같은 상사로부터 시달림을 3년 정도 당하다 보니 이젠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우..이놈의 회사를 때려쳐 버리던지 해야지..'
'일을 시키면 알아서 할텐데 왜 저렇게 난리를 쳐대지?'
이런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어서 스트레스는 쌓여만 갑니다.

우리의 열정 많던 신입사원은 이렇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모든 업무에 벽을 치기 시작합니다.
자기와 다른 사람의 업무영역을 비자 없이는 들어오지 못하는 국경처럼 나누고, 선을 넘어온 요청을 다시 반사시킵니다.
팀내 동료가 업무량이 많아 허덕일 때도 자기 할 일 끝냈다고 모른체 합니다. Work & Life Balance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미 다른 업무가 들어오면 불쑥 화부터 치밀어 오르는 상태가 된 지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 따윈 없어져 버린지 오래입니다.


사실 이 둘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정된 제품(SW)를 정해진 기간 내에 고객에게 납품한다.
하지만 목표를 실천하는 방법에는 입장의 차이가 있습니다.
서로 양보하고 대화로 풀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는 이렇게 또 힘겹게 하루를 보냅니다.
 
요즘 애자일 서적을 많이 읽고 있는데 우리 정서에 너무 맞지 않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성공사례를 들고 있긴 하지만 똑 같이 따라했다간 왕따당하기 십상입니다. ㅎㅎ

칼퇴근 하면서 멋진 제품을 만들어 내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제가 나중에 팀장이 되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 주제로 한 번 글을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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